월간 전원속의 내집
라돈 줄이기, 그 실천적 방법들
조고은 입력 2014.05.09. 18:45 수정 2014.05.09. 18:50 댓글 0개
미국 사례를 통해 본 발암물질 '라돈'에 관한 진실과 해법
최근 방송된 KBS 2TV '추적 60분'을 통해 드러난 라돈의 위험성과 정체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폐암 발병의 주된 원인이라는 라돈이 인체와 접하게 되는 경로가 다름 아닌 '내 집'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는 라돈에 대한 현실적 이야기와 그 대책을 전한다.
라돈(Radon)은 자연환경에서 발생하는 '천연 방사성 기체'이다. 토양이나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슬레이트 등 건축자재 중에 존재하는데, 기체이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으며 맛을 보거나 냄새로 유무를 파악할 수도 없다. 이는 곧,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농도의 라돈이 방출되어 가정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라돈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면 의외로 간단히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라돈 수치가 몇 이하로 떨어져야 인체에 해가 없는지 궁금해하는데, 사실 인체에 완전히 해가 없는 라돈 농도의 수치는 '0'이다. 아주 극소량 검출되는 라돈도 인체에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라돈의 특성상 그러한 환경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제거'라는 표현보다는 수치의 '완화' 또는 '저감'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이때 허용 수치는 한국의 지역적 특성과 테스트를 시행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세계보건기구 실내 라돈 안내서에는 '2.7pCi(피코큐리)/ℓ=100㏃(베크렐)/㎥'를 허용치로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라돈 농도에 대한 규제기준이나 뚜렷한 대책이 없지만, 미국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는 라돈 실내환경 권고기준을 '4pCi/ℓ=148㏃/㎥'로 두고
다양한 라돈 저감 방법을 제시한다. 한국과 미국의 주거 형태와 건축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토양으로부터 발생하여 건물의 내부로 침투한 라돈을 저감시키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을 때, 일반 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라돈의 가장 일반적인 침입 경로는 지하실 혹은 바닥 구조의 균열에 의한 실내 유입이다. 신축 건물이라 할지라도 지하실에 라돈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 토양과 접하는 바닥 슬래브 하부에 별도의 라돈 배출을 위한 파이프와 플라스틱 시트를 설치해야 한다. 그 후, 지상층 상당 부분의 높이 또는 지붕까지 파이프를 연결하여 함께 설치한 팬을 작동시켜 응축된 라돈 가스를 실외로 내보내는 방법이다. 배출 파이프 시스템은 라돈을 측정할 수 있는 게이지와 함께 설치되어 설치 전후의 라돈 농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둘째, 아파트가 주된 주거형태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에 소개된 것처럼 실내 벽체 시공에 사용되고 있는 석고보드와 구조 벽체를 이루는 콘크리트에서도 라돈이 유입•검출될 수 있다. 환기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에서는 잦은 환기를 통해 라돈의 응축현상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설치한 장소에서 4.0pCi/ℓ 이상의 라돈 검출 시 경고음을 동반하여 위험을 알리는 '라돈 검출기'를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인 방법에 불과하므로 국내 주택 실정에 맞추어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저감 방법의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라돈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이나 지하수에 용해되어 침투하는 경우다. 이를 마시거나 샤워할 때 사용하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거형태 대부분이 단독주택인 미국에서는 개인 우물, 개인 수도와 같은 독립적인 물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카본을 필터로 사용하는 탱크를 제작하여 모든 식수나 생활용수를 정수시킨 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이를 GAC(Granular Activated Carbon)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설치 방법이 간단하고 저렴하다. 단, 사용을 위한 제한조건(물속 라돈 농도 20,000pCi/ℓ 이하)이 있으며, 물속에 포함된 라돈을 약
80% 정도 제거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라돈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된 후, 라돈측정기, 라돈 저감장치 등의 관련 장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일반 가정에서 라돈측정기를 설치할 때에는 주거공간 중 토양과 가장 가까이 접하는 층에 설치해야 하며, 외기와 접하는 문이나 창 근처에는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자연 환기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공기 중으로 쉽게 희석되는 방사성 기체의 특성상 정확한 라돈 농도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닥으로부터 20인치(약 50.8㎝) 이상, 외벽으로부터 1피트(약 30.5㎝) 정도의 거리를 띄우고 설치하며, 측정기 주변 4인치(약 10.16㎝) 내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놓이지 않아야 한다.
미국에서 라돈 저감장치 사용의 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존 건물에 대한 라돈 저감장치 시공이고, 다른 하나는 신축 건물을 계획할 때 기본적인 지질, 토양 조사로 라돈 유무를 판단하여 설계에 반영하고 저감장치를 시공하는 것이다. 라돈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단계에서 지하층 구조 설계나 실별 배치, 건축자재 선택 등을 결정하고,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위치에 라돈 저감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필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의 해당 관청에서 실무자들과 정기 미팅을 하고 있었다. 당시 라돈 가스에 대해 현지의 대처 방안에 관해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라돈에 대한 공무원들, 특히 일반인들의 인식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어서 매우 놀라웠다. 물론 필수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집을 사고 팔 때도 라돈 가스(radon gas) 유무 측정자료를 제출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미국의 주택 관련 자재 상점 중 하나인 'Home depot'에서는 온라인 마켓을 통하지 않더라도 라돈 테스트킷, 저감 장치 등을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이제야 우리나라에서도 라돈의 발생원인과 영향, 대책에 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인데,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이런 계기가 생겨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라돈이 더는 '정체불명 공포의 대상'이지 않도록 적절한 예방책과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건축주를 포함한 건축인들의 능동적인 전략과 실행 의지만 더해지면 라돈은 계획하에 얼마든지 저감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쓴 ALT건축 임석훈 소장은 미국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 공대(IIT)에서 건축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정부 발주공사의 건설관리 및 시공 현장에서 실무를 익혔다. 라돈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건축 기획단계에서부터 설계, 시공 일련의 과정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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